혼자서도 잘 해요. by маша

중은 제 머리를 못 깎지만, 차가운 도시의 독거인은 제 머리를 깎는다. 
마음을 읽는 능력을 가진 미용사라면 모를까, 보통 머리를 깎아주는 이들과 머리털 주인인 내 마음은 사맞디 아니할세. 어째서인지 미용실에 가서 '이렇게 해주세요', '요로요로하게 만들어 주세요'라는 주문은 '수리수리마수리'나 '아브라카다브라'보다 효엄없는 주문이 되기 일쑤다. 게다 짧은 커트머리는 잘못하면 '사나이'다워지기 때문에 더욱 나의 차밍한 스타일을 가꾸기 위해 세심한 노력을 요한다. 물론 이러니 저러니 해봐야 비싸고 잘 깎아주는 곳으로 가면 모든 문제가 한 '큐'에 해결되지만, 나는 통장 잔고도 차가운 도시의 독거인, 자기의 일은 스스로해서 돈을 좀 애껴보고자 하는 마음까지 보태어 미용가위를 샀다.
싹둑싹둑, 앞 머리도 옆 머리도 뒷 머리도. 싹둑싹둑.
물론 한 번을 내가 자른다면 그 다음은 미용사에게 양보. 내 스타일은 소중하니까요.
내 손으로 머리털을 두 번 정도 자르자, 봄이 왔다. 날씨는 설레고, 마음은 칙칙하고, 얼굴도 상큼하지가 않아(늙어서 그런거 아냐?). 아아, 앞머리만으로는 모자라. 나의 상큼 발랄 학부생 코스프레의 정점을 찍어줄 무언가가 필요해! 그래, 그거슨 바로!!
염색.
한, 5년 만에 해보는 염색. 요샌 약이 잘 나오겠지...라는 무책임한 마음으로, 제일 밝은 색 염색약을 사다가 머리에 정성껏 치덕치덕 발랐다. 세월이 좋아져서 염색약에서도 향기가 나리라 믿었거늘, 으아니, 어찌 테크널러지가 여기는 피해가나연!! 지독한 약 냄새에 눈과 코를 유린당하며 투덜투덜. 행여 얼룩이 질까 정성껏 빗고나서, '아, 나는 이제 혼자 머리도 자르고 염색도 하는 완전체인가' 따위의 허튼 생각을 하며, 비닐캡을 쓰고 잠이 들었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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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_이제_없긔.jpg

완.성.
후훗...난 이제 제 머리 깎고, 제 머리에 물도 들이는 차가운 도시의 완전체...지만 좋은 의미같은 건 없는 것 같아.
자꾸만 더 혼자 사는 데 최적화 되어가는 것 같아. 아아...난 어떡하냐능!...무섭다능...orz....

염색 한 지도 벌써 한 달이 다 되었고, 미용실도 한 번 더 다녀왔다.
다음에는 와인색으로 한 번 해보자.
정말 이젠 뭐든 혼자서 잘 하는 것 같다. 다만, 잘 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이 다를 뿐.

덧글

  • orangetv 2010/04/12 22:06 # 답글

    우와아아아아아앗 감탄하면 혼날까요;
    전 허리 가까이 닿아가던 머리를 상한 부분 자르고 살짝 다듬어주세요, 라는 한 마디에 어깨 길이로 짤렸죠....
    이젠 머리를 풀고 다닐 수 없게 뒤집어 까지고 난리에요. 에휴우.
  • маша 2010/04/12 23:47 #

    그럴 땐 파마를!!
    앗차!! 제가 아직 파마는 마슷허하지 못했근요!! 다행인건가!!ㅋㅋ
  • young 2010/04/12 22:56 # 답글

    뽀샤시하네요
    "나는 혼자 삶의 극에 달한 자이다" 이런 건가요. ㅎㅎ
  • маша 2010/04/12 23:48 #

    주변을 뽀얗게 했더니 저도 뽀얗게 보이는 효과가!!ㅋㅋ
    어떤 의미에선 '권의 극'인건가 싶기도 하구요.ㅎㅎ
  • young 2010/04/12 23:52 #

    ㅋㅋㅋ이해하셨군요 ㅋㅋ
  • маша 2010/04/13 00:25 #

    후훗.
  • Hiyoko 2010/04/13 10:05 # 답글

    어머나.
    커트에 염색까지...+_+
    색도 얼룩없이 잘 된 것 같아요.
    참 잘했어요, 라는 말이 절로 나오네요. ㅋㅋㅋㅋ
  • маша 2010/04/13 15:14 #

    히힛~감사해용.
    하지만 뿌리 쪽이 검어지면 별 수 없이 미용실로 가야할 것 같아요.
    혼자하는 데는 역시 한계가...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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